HOME> >

게시판 글읽기
제목 [IR52 장영실상 30주년][기자24시] 장영실상이 노벨상보다 앞선 한가지
등록일 2021-06-25
내용


지난해 C형간염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호턴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는 자신의 수상 소식에도 웃을 수 없었다. 노벨상은 과학자에게 최고의 영예이지만, 자신이 혼자 이 상을 받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그는 동료 바이러스 학자인 주구이린· 조지 쿠오 박사와 한 팀을 이뤄 연구를 지속하면서 C형간염 바이러스를 규명했다. 호턴 박사는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연구팀 전체를 인정해주지 않아 씁쓸하다"며 "노벨상 수상이 오히려 연구 성과를 망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전에도 노벨의학상의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가드너 국제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동료들과 함께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했다.

많은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연구와 기술 개발은 혼자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나의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한 명의 연구자가 아닌 팀이 움직여야 한다. 때로는 여러 개의 팀이, 또 어떤 경우에는 여러 기관이 함께 힘을 모은다.

올해 30년 된 한국의 IR52 장영실상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사람이 아닌 '기술'에 시상을 하기 때문에 젊은 연구자들이 소외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상들은 연구 대표자 1인으로 수상자가 제한된다. 제품·기술 개발에 참여한 실무 인력들에게는 공이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다. 반면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핵심층인 선임급과 책임급이 전체 수상자의 3분의 1(32%)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대표를 포함한 임원급의 수상비율(37%)과 비슷한 수준이다. 적어도 젊은 연구자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노벨상보다 IR52 장영실상이 한 수 위다. 현장의 연구자들은 수상을 통해 연구 의욕을 고취하고 이는 새로운 연구에 매진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목표가 오로지 과학기술상 수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인정해주기 위해 만든 상이 묵묵히 기술 개발에 힘쓰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뒷맛을 쓰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IR52 장영실상 3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계가 '같이'의 가치를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목록